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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왜 닮을까? 얼굴 닮음과 유전 이야기
"눈매는 아빠, 코는 엄마" 정말 그럴까요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얘는 눈매가 아빠를 쏙 빼닮았네", "코는 완전 엄마네" 같은 말이 꼭 나오죠. 그런데 이게 그냥 느낌만은 아니에요. 실제로 얼굴 생김새가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여러 과학 연구로 확인된 사실이거든요. 오늘은 가족끼리 왜, 그리고 얼마나 닮는지를 믿을 만한 연구들로 살펴볼게요.
쌍둥이 연구가 알려주는 "닮음의 정도"
유전이 얼굴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쌍둥이를 비교하는 거예요. 유전자가 100% 같은 일란성 쌍둥이와, 형제자매처럼 유전자를 절반만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의 얼굴을 비교하면, 어떤 부위가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가늠할 수 있어요.
2016년 영국 카디프대학교 연구진(Djordjevic 외)이 《PLOS ONE》에 발표한 연구는 여성 쌍둥이 1,380명의 3D 얼굴 사진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코의 전체적인 생김새, 입술이 앞으로 나온 정도, 두 눈 사이의 간격 같은 부위는 유전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유전 영향이 컸어요.
2017년에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Tsagkrasoulis 외)이 쌍둥이 약 1,000명의 3D 얼굴 데이터를 분석해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는데, 코끝, 입술 위아래 부위, 광대뼈, 눈의 안쪽 모서리가 유전적으로 특히 강하게 조절되는 부위로 나타났어요. 반면 얼굴의 다른 부위에서는 유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뚜렷했고요.
얼굴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딱 하나가 아니에요
그렇다면 "얼굴형 유전자" 하나가 따로 있어서 그걸 물려받으면 얼굴이 정해지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2012년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진(Liu 외)이 유럽계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PLOS Genetics》에 발표한 유전체 전체 연관 분석(GWAS) 연구에서는, 얼굴 형태와 관련된 유전자 자리 5곳(PRDM16, PAX3, TP63, C5orf50, COL17A1)을 찾아냈어요. 그런데 이 유전자들 각각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고, 여러 유전자가 조금씩 힘을 보태 얼굴 모양을 함께 만드는 구조였어요. 이후 발표된 여러 후속 연구에서도 얼굴 형태와 관련된 유전자 자리가 계속 추가로 발견되고 있어요. 즉 얼굴은 수많은 유전자가 합작해서 만드는 작품인 셈이에요.
형제자매인데 왜 나만 안 닮았을까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 유독 한 명만 안 닮았다고 느껴본 적 있나요? 이것도 유전의 원리로 설명돼요. 자녀는 부모 각각에게서 유전 정보의 절반을 물려받는데, 그 절반이 어떤 조합으로 채워지는지는 아이마다 달라요. 그래서 같은 부모의 자녀라도 형제자매끼리 물려받는 유전자 조합이 서로 달라질 수 있어요. 한 명은 아빠 쪽 특징을 더 많이, 다른 한 명은 엄마 쪽 특징을 더 많이 물려받는 식의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거죠. 그러니 형제자매 사이에 닮은 정도가 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아기 때 닮았던 사람과 커서 닮은 사람이 다른 이유
"아기 때는 외할머니를 닮았었는데 크니까 아빠를 닮아간다"는 이야기도 흔하죠. 이것도 근거가 있어요. 소아 이비인후과 교과서인 《Cummings Pediatric Otolaryngology》에 따르면, 얼굴은 성인이 될 때까지 꽤 오랫동안 성장하는데, 부위마다 자라는 속도와 시기가 달라요. 눈을 감싸는 뼈(눈구멍)는 7세 무렵이면 거의 다 자라는 반면, 코는 10대 중반 무렵까지, 턱은 사춘기 이후까지도 계속 자라요. 두개골 대비 얼굴의 비율도 신생아 때는 약 3대 1이었다가 성인이 되면 약 2대 1로 바뀔 만큼, 전체적인 얼굴 비율 자체가 달라져요. 이렇게 부위별로 성장 속도가 다르다 보니, 성장 단계에 따라 가족 중 누구와 더 닮아 보이는지도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는 거예요.
표정도 닮을 수 있다고요?
조금 뜻밖의 연구도 있어요. 2006년 이스라엘 연구진(Peleg 외)이 《PNAS》에 발표한 연구는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그 가족의 표정을 비교했어요.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고 따라 할 기회가 아예 없었던 시각장애인인데도, 집중하거나 슬프거나 화날 때 짓는 표정이 가족과 뚜렷하게 비슷했고, 컴퓨터로 가족을 가려내는 정확도가 80%에 달했어요. 흉내 낼 기회가 없었다는 점에서, 표정을 짓는 방식 자체에도 유전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예요.
닮은꼴 테스트로 가족 얼굴 비교해보기
이렇게 보면 가족끼리 닮는 건 우연이 아니라 유전학으로 설명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다만 "엄마 닮으면 성격도 엄마를 닮는다"처럼 근거 없이 떠도는 속설들은 과학적으로 확인된 내용이 아니니 재미로만 들어두면 좋겠어요.
가족끼리 누가 누구를 더 닮았는지 궁금하다면, 재미로봄의 닮은꼴 테스트 '닮았네'로 사진을 올려서 비교해보세요. 이 테스트 점수는 사진 속 눈, 코, 입 같은 얼굴 특징점의 위치를 비교해서 나오는 재미용 결과라, 친자나 혈연 확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만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