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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꿈을 꿀까? 렘수면의 발견부터 꿈 연구의 가설까지
잠은 한 덩어리가 아니에요
밤새 쭉 같은 깊이로 자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은 여러 단계가 번갈아 나타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크게 나누면 몸과 뇌가 점점 느긋해지는 비렘수면(논렘수면)과,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수면이 있어요. 렘(REM)은 'Rapid Eye Movement', 우리말로 '빠른 눈 움직임'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에요.
잠이 들면 비렘수면의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내려갔다가, 렘수면으로 넘어가요. 이 한 바퀴가 대략 90분 안팎(사람과 밤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걸리고, 하룻밤에 이 순환이 여러 번 되풀이돼요. 어른의 잠 가운데 렘수면이 차지하는 몫은 보통 20~25% 정도라고 알려져 있어요.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모양도 조금씩 달라져서, 밤 초반에는 깊은 잠이 길고 밤 후반으로 갈수록 렘수면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기 직전에 꿈을 꾸는 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1953년, 눈동자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발견하다
예전에는 잠을 그저 '뇌가 쉬는 시간'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 생각을 바꾼 것이 1953년에 나온 짧은 논문이에요. 미국 시카고대학의 유진 아세린스키와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이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글인데, 제목을 풀면 '잠자는 동안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눈 움직임 시간대와 그에 따른 현상들'쯤 돼요.
두 사람은 잠든 사람의 눈 주변 전기 신호를 기록하다가, 밤 동안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 시간대에 잠든 사람을 깨우면 꿈을 꾸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꿈이 '눈동자 움직임'이라는 몸의 신호와 연결된다는 것이 처음으로 눈에 보이게 된 셈이에요. 그전까지 꿈은 깨어난 사람의 기억에만 의존하는 이야기였는데, 이후로는 잠자는 동안의 몸과 뇌의 상태를 재면서 꿈을 연구할 수 있게 됐어요.
이 발견이 '꿈 연구'를 철학과 심리학의 영역에서 실험실로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아요. 아세린스키가 아들의 잠을 기록하다가 이 현상을 처음 눈여겨봤다고 전해지는데, 그 일화는 여러 자료에서 조금씩 다르게 소개되니 '그렇게 알려져 있다' 정도로만 기억해 두면 좋아요.
렘수면 중에는 몸과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렘수면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어요.
- 눈동자가 감은 눈꺼풀 아래에서 빠르게 움직여요.
- 뇌의 활동이 깨어 있을 때처럼 활발해져요. 뇌파만 보면 잠들었는지 깨어 있는지 헷갈릴 정도라고 설명하기도 해요.
- 숨쉬기와 눈 움직임에 쓰는 근육을 뺀 대부분의 근육에서 힘이 빠져요. 이 상태를 '근긴장 소실'이라고 불러요. 꿈속에서 달리거나 싸워도 실제 몸이 거의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이 덕분이라고 설명해요.
그래서 렘수면은 '몸은 쉬는데 뇌는 바쁜 시간'이라는 말로 자주 소개돼요. 꿈은 이 렘수면 때 가장 많이 꾼다고 알려져 있어요. 다만 꿈이 렘수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에요. 비렘수면 때도 꿈 같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어서, 최근 연구들은 '렘수면 = 꿈'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보다 '렘수면에 꿈이 특히 많고 또렷하다'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왜 꿈을 꿀까: 아직 정답은 없어요
여기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꿈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합의된 정답이 없어요. 대표적인 생각들을 소개할게요.
① 프로이트의 해석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이자 정신분석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900년에 《꿈의 해석》을 냈어요. (책이 실제로 나온 때는 1899년 말이지만 표지에는 1900년으로 적혀 있어요.) 그는 꿈을 마음속 깊이 눌러 둔 소망이 변장해서 나타난 것으로 보고, 꿈의 장면을 풀면 무의식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꿈 연구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중 하나지만, 이 생각을 실험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워서 지금은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 하나의 해석 틀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요.
② 뇌가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생각: 활성화-종합 가설
1977년 미국의 앨런 홉슨(Hobson)과 로버트 매카를리(McCarley)는 학술지 《미국 정신의학 저널》에 렘수면과 꿈에 관한 가설을 발표했어요. 렘수면 중에 뇌 깊은 곳에서 저절로 신호가 일어나고, 깨어 있을 때 쓰는 뇌의 윗부분이 그 신호에 어떻게든 앞뒤를 맞춰 이야기를 만든다는 내용이에요. 쉽게 말하면 꿈은 숨은 메시지라기보다 뇌가 제멋대로 켜진 신호를 이야기로 엮은 결과라는 거예요. 이 가설은 발표 당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어요. 렘수면이 아닐 때도 꿈이 나온다는 점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이후 여러 번 수정됐지만, '뇌가 내부 활동을 경험으로 엮어 낸다'는 생각은 지금도 영향력이 있어요.
③ 위협에 대비하는 연습이라는 생각: 위협 시뮬레이션 가설
핀란드의 안티 레본수오는 2000년에 꿈이 위험한 상황을 가상으로 겪어 보게 해서 깨어 있을 때의 대응을 연습시키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학술지 《행동·뇌과학》에 발표했어요. 쫓기는 꿈이 흔한 것도 이 가설로 설명해 볼 수 있지만, 이후에 이 가설과 맞지 않는 결과를 내놓은 연구들도 있어서 아직 논쟁 중이에요.
④ 기억과 감정을 정리한다는 생각
잠이 낮 동안 쌓인 기억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많아요. 그래서 꿈이 그 정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다만 '잠'이 기억 정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과 '꿈이라는 경험 자체'가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서, 꿈의 역할로 확정된 것은 아니에요.
⑤ 특별한 목적 없는 부산물이라는 생각
잠을 자는 동안 뇌가 활동하다 보니 부수적으로 생기는 경험일 뿐이고 꿈 자체에 목적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이 다섯 가지 생각은 서로 완전히 배타적이지도 않아요. 꿈에 한 가지 이유만 있다고 보기보다, 여러 작용이 겹쳐서 나타난다고 이해하는 연구자도 많아요. 결론은 '아직 모른다'예요. 그래서 꿈의 이유를 단정해서 말하는 글이나 영상을 만나면 한 걸음 물러서서 보는 게 좋아요.
꿈은 대체로 어떤 모습일까
꿈의 모습에도 몇 가지 알려진 특징이 있어요. 먼저 꿈에는 낮 동안 겪은 일의 조각이 자주 섞여 나와요. 어제 본 영상 속 풍경이나 며칠 전 만난 사람이 전혀 다른 장소에서 불쑥 나타나기도 해요. 그리고 꿈속에서는 장면이 갑자기 바뀌거나 앞뒤가 안 맞아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다가, 깨고 나서야 "왜 그랬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이 자주 꾼다고 이야기하는 주제도 비슷해요. 2003년에 캐나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연구 같은 곳에서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 학교나 시험과 관련된 꿈이 흔한 주제로 나타났어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긴장되는 장면이 꿈에서도 자주 모습을 바꿔 나타나는 셈이에요.
꿈의 모습은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색이 선명한 꿈을 꾸고, 어떤 사람은 소리나 느낌 위주로 기억하기도 해요. 같은 사람도 날마다 꿈이 달라요. 이렇게 꿈은 개인차가 커서 '이런 꿈은 이런 사람이 꾼다'고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꿈 연구가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예요.
동물도 꿈을 꿀까
렘수면은 사람뿐 아니라 다른 포유류와 새에게서도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반려동물이 자면서 눈꺼풀 아래로 눈을 움직이거나 발을 씰룩거리는 모습을 본 적 있는 분도 많을 거예요. 이런 모습 때문에 '강아지도 꿈을 꾼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렘수면이 있다는 것까지는 확인할 수 있어도 동물이 사람처럼 이야기 있는 꿈을 꾸는지는 말을 할 수 없으니 확인할 수 없어요. 꿈의 내용은 결국 깨어난 사람이 말로 전해 줘야만 알 수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에요.
꿈해몽은 이 이야기와 어떻게 만날까
그럼 전통 해몽은 과학과 어떤 관계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꿈에 나온 동물이나 장면으로 앞날의 운을 점칠 수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확인된 적이 없어요. 꿈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꿈이 뇌가 활동하는 방식과 닿아 있다'는 정도이고, 특정 상징이 특정한 미래를 알려 준다는 근거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몽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꿈을 이야기하고, 서로 풀이해 주고, 그 안에서 위로나 기대를 찾았어요. 해몽은 일종의 전통 문화이자 이야기 놀이예요. 특히 꿈에서 느낀 감정을 떠올리다 보면 요즘 내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어디까지나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수준이고요.
재미로봄의 꿈해몽도 이런 태도로 만들었어요. 꿈에 나온 장면을 골라 보면 전통 해몽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풀이를 보여 주지만, 운명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재미로 가볍게 즐기는 풀이예요. 꿈의 전통과 풍습이 궁금하다면 한국의 꿈 문화 이야기를, 겉모습과 달리 반가운 쪽으로 풀이하는 꿈이 궁금하다면 꿈은 반대? 겉모습과 달리 반가운 꿈으로 풀이되는 해몽 이야기를, 꿈을 잊지 않고 적어 두고 싶다면 꿈 일기 쓰는 법을 이어서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