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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산 부부는 정말 닮아갈까? 연구로 본 진실
"부부는 닮았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죠
오래된 부부를 보면 "둘이 닮았다"는 말, 종종 듣게 되죠. 분위기나 표정이 비슷해 보여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진짜로 얼굴이 닮아가는 걸까요. 이 주제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심리학 연구의 소재였어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시대에 따라 연구 결과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 두 연구를 있는 그대로 살펴볼게요.
1987년 연구: 25년을 같이 살면 닮아간다?
가장 널리 알려진 연구는 1987년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와 동료들이 학술지 《Motivation and Emotion》(11권, 335~346쪽)에 발표한 논문이에요. 제목은 "Convergence in the physical appearance of spouses"(부부의 외모 수렴 현상)였어요.
연구진은 부부 12쌍이 결혼 초기에 찍은 사진과, 그로부터 약 25년이 지난 뒤 찍은 사진을 평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외모가 얼마나 닮았는지, 또 실제 부부일 가능성이 얼마나 높아 보이는지를 판단하게 했어요. 그 결과 25년이 지난 사진 쌍에서 닮은 정도가 더 높게 나타났고, 그동안 더 많이 닮아진 부부일수록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도 더 많이 늘어난 경향이 있었다고 해요. 다만 부부 12쌍만 살펴본 아주 작은 규모의 연구였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해요.
연구진은 그 이유로 "오랜 시간 같은 표정을 짓고 감정을 공유하다 보면 얼굴 근육 쓰임이 비슷해질 수 있다"는 설명을 제시했어요. 다만 이건 연구진이 제안한 해석이고, 그 메커니즘 자체가 직접 증명된 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겠어요.
2020년, 517쌍을 다시 들여다본 스탠퍼드 연구
그런데 2020년, 스탠퍼드대학교의 핀핀 티마콘(Pin Pin Tea-makorn)과 미하우 코신스키(Michal Kosinski) 연구진이 훨씬 큰 규모로 이 주제를 다시 검증했어요. 학술지 《Scientific Reports》(10권, 논문번호 17001)에 실린 이 연구는 517쌍이나 되는 부부의 사진을 분석했어요.
이들은 부부가 결혼 초기에 찍은 사진과, 20년에서 많게는 69년이 지난 뒤 찍은 사진을 모았고, 사람 평가자의 판단과 더불어 얼굴 인식 알고리즘까지 함께 사용해서 닮은 정도를 측정했어요.
결과는 뜻밖이었어요. 부부는 결혼 초기부터 이미 남들보다 서로 닮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더 닮아가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즉 "오래 살수록 닮아간다"는 수렴 현상 자체가 이번 대규모 재검증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에요.
그렇다면 왜 부부는 닮아 보일까요
2020년 연구에서 눈여겨볼 점은 부부가 "처음부터" 남들보다 서로 닮아 있었다는 거예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짝지었을 때보다, 실제 부부 사진을 짝지었을 때 닮음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는 뜻이에요.
이걸 설명하는 개념이 '동류 짝짓기(assortative mating)'예요.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나이, 학력, 가치관처럼 자신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상대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고, 이 경향이 얼굴 생김새에도 어느 정도 나타난다는 뜻이에요.
2018년 홍콩 연구진이 학술지 《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머리 모양이나 안경 같은 외적 요소를 지운 얼굴 사진만 놓고도, 실제 부부의 얼굴 쌍이 무작위로 짝지은 쌍보다 더 닮아 보인다고 평가됐거든요. 흥미롭게도 이 연구에서는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는 인상이 강할수록 얼굴도 더 닮아 보이고, 부부일 가능성도 높게 평가됐다고 해요. 즉 얼굴 생김새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인상까지 작용한다는 거죠.
표정이나 스타일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확실한 결론이라기보다 하나의 가능성으로 짚어볼게요. 오래 함께 지낸 부부는 비슷한 표정을 자주 짓거나,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의 취향이 비슷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생활 습관의 변화가 '닮아 보인다'는 인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글에서 다룬 연구들이 이 부분까지 직접 증명한 건 아니에요. 그러니 "닮아간다"기보다는 "닮아 보이게 하는 요소가 몇 가지 더 있을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재미로 닮은 정도를 확인해보고 싶다면
결론을 정리하면, 부부가 서로 닮아 보이는 건 오랜 시간 함께 살아서라기보다 애초에 비슷한 사람에게 끌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거예요. 물론 이 분야 연구가 아직 더 필요한 주제이기도 해요.
혹시 궁금하다면 재미로봄의 닮은꼴 테스트 '닮았네'로 커플이나 가족, 친구와 함께 닮은 정도를 재미 삼아 확인해보세요. 이 테스트 점수는 업로드한 사진 속 눈, 코, 입 같은 얼굴 특징점의 위치를 비교해서 나오는 재미용 결과라서, 오늘 소개한 학술 연구처럼 엄밀한 측정은 아니지만 가볍게 즐기기엔 충분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