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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체스·샹치, 닮은 듯 다른 세 게임 비교
왕을 잡는 게임은 왜 이렇게 닮았을까
장기를 둘 줄 아는 사람이 처음 체스 판을 보면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을 받아요. 차처럼 일직선으로 달리는 룩, 마처럼 꺾어 가는 나이트, 졸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폰이 있으니까요. 중국 장기인 샹치(象棋)를 보면 더 놀라요. 판도, 말 이름도 장기와 거의 같거든요.
이 셋이 닮은 데는 이유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요. 체스·샹치·장기, 그리고 일본의 쇼기가 모두 인도의 옛 놀이 '차투랑가'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어요. 차투랑가는 코끼리·말·전차·보병으로 이루어진 옛 군대를 본뜬 놀이였다고 해요. 이 놀이가 서쪽으로 가서는 페르시아와 아랍을 거쳐 유럽의 체스가 됐다는 데는 학자들의 의견이 대체로 모이지만, 샹치가 차투랑가에서 왔는지는 중국에서 따로 생겨났다는 주장도 있어서 의견이 갈려요. 우리 장기는 샹치가 전해져 우리 식으로 바뀐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언제 들어왔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이 글에서는 세 게임의 판과 말, 규칙을 하나씩 견줘 볼게요. 이 사이트에서 둘 수 있는 장기와 체스를 중심으로, 샹치는 비교를 위해 함께 소개해요.
판이 다르면 말이 서는 자리도 달라요
체스는 가로세로 8칸, 모두 64칸의 칸 안에 말을 놓아요. 장기와 샹치는 가로 9줄, 세로 10줄이 만나는 90개의 교차점 위에 말을 놓아요. 바둑처럼 선이 만나는 점에 두는 거예요.
장기와 샹치에는 체스에 없는 구역도 있어요. 양쪽 끝 가운데의 가로세로 3×3 구역, 궁성이에요. 왕 노릇을 하는 말과 그를 지키는 사(士)는 궁성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샹치는 판 한가운데에 '강'이 그어져 있어서 강을 건너느냐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는 말이 있는데, 장기 판에는 강 표시가 없어요.
샹치의 강에는 흔히 '초하한계(楚河漢界)'라는 글자가 쓰여 있어요. 장기의 두 진영 이름 초(楚)와 한(漢) 도 같은 뿌리로, 중국 진나라가 무너진 뒤 항우의 초나라와 유방의 한나라가 다툰 초한 전쟁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말의 수는 세 게임 모두 한쪽에 16개씩이에요. 장기는 궁 1·사 2·차 2·포 2·마 2·상 2·졸(병) 5, 샹치도 같은 구성이에요. 체스는 킹 1·퀸 1·룩 2·비숍 2·나이트 2·폰 8이에요.
말 하나하나 견줘 보기
- 차 · 룩: 셋 다 앞뒤좌우로 막히지 않는 한 몇 칸이든 가요. 장기의 차는 여기에 더해 궁성 안의 대각선 줄도 따라갈 수 있어요.
- 포 · 대포: 체스에는 없는 말이에요. 장기의 포는 반드시 다른 말 하나를 넘어서만 움직이고 잡을 수 있어요. 게다가 포는 포를 넘을 수도, 잡을 수도 없어요. 샹치의 대포는 평소에는 차처럼 움직이고, 잡을 때만 말 하나를 넘어요.
- 마 · 나이트: 셋 다 한 칸 곧게 간 뒤 한 칸 비스듬히 꺾어요. 그런데 체스의 나이트는 다른 말을 뛰어넘지만, 장기와 샹치의 마는 처음 곧게 가는 자리가 막히면 갈 수 없어요. 장기에서는 이것을 '멱'이 막혔다고 해요.
- 상 · 비숍: 차이가 가장 큰 말이에요. 장기의 상은 한 칸 곧게, 이어서 두 칸 비스듬히 가는 긴 걸음이고, 가는 길목 두 곳 중 하나라도 막히면 못 가요. 샹치의 상은 비스듬히 두 칸만 가고 강을 건널 수 없어서 수비 전용 말이에요. 체스의 비숍은 대각선으로 막히지 않는 한 끝까지 달려요.
- 사 · 퀸: 장기와 샹치의 사는 궁성 안에서만 움직이는 호위 말이에요. 체스에는 사 대신 가장 강한 말 퀸이 있어요. 흥미롭게도 체스의 퀸은 원래 대각선으로 한 칸만 가는 약한 말이었다가, 15세기 유럽에서 지금처럼 강한 말로 바뀌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 졸 · 병 · 폰: 장기의 졸은 처음부터 앞이나 옆으로 한 칸씩 가요(뒤로는 못 가요). 샹치의 병은 강을 건너기 전에는 앞으로만, 건넌 뒤에는 옆으로도 가요. 체스의 폰은 앞으로만 가고, 잡을 때만 비스듬히 앞으로 가며, 맨 끝 줄에 닿으면 퀸 같은 다른 말로 바뀌어요(프로모션).
- 궁 · 장 · 킹: 장기의 궁은 판 끝줄이 아니라 궁성 한가운데에서 출발해서 궁성 안의 줄을 따라 한 칸씩 움직여요. 샹치의 장은 궁성 맨 뒷줄 가운데에서 출발하고 대각선으로는 움직이지 못해요. 체스의 킹은 판 어디든 한 칸씩 갈 수 있어요.
말의 걸음을 보면 장기가 체스보다 '막히는' 일이 많다는 게 눈에 띄어요. 마와 상은 멱에 막히고, 포는 다리가 없으면 움직이지도 못해요. 그래서 장기에서는 상대 말의 길목을 막는 수, 포의 다리를 놓거나 빼는 수가 중요한 작전이 돼요.
장기에만 있는 규칙들
장기에는 체스나 샹치와 다른 독특한 규칙이 몇 가지 있어요.
- 상차림: 판을 차릴 때 마와 상의 자리를 내가 골라요. 왼쪽부터 마상마상·상마상마·마상상마·상마마상 네 가지가 있어요. 체스와 샹치는 처음 배치가 정해져 있어요.
- 한수쉼: 두기 곤란할 때 한 수를 쉬고 차례를 넘길 수 있어요. 다만 장군을 받고 있을 때는 쉴 수 없어요. 체스와 샹치에는 차례를 넘기는 규칙이 없어요.
- 빅장: 두 궁이 같은 줄에서 사이에 아무 말 없이 마주 보는 상태예요. 장기에서는 보통 비긴 것으로 봐요. 샹치에서는 두 장이 마주 보게 만드는 수 자체를 둘 수 없어요.
- 점수: 장기에는 말마다 점수가 있어요. 차 13점, 포 7점, 마 5점, 상 3점, 사 3점, 졸·병 2점이에요. 대회처럼 무승부 없이 승부를 가려야 할 때는 남은 말의 점수로 가리는데, 나중에 두는 한에게 덤 1.5점을 더해 줘요.
이 사이트의 장기는 컴퓨터와의 한 판이 끝없이 길어지지 않도록 200수가 지나면 이 점수로 승부를 정해요. 빅장은 무승부로 끝내지 않고 계속 두게 했어요. 지고 있는 쪽이 빅장으로 비기러 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예요.
체스에도 장기에 없는 규칙이 있어요. 킹이 룩 쪽으로 두 칸 움직이고 룩이 킹을 넘어 그 옆 칸으로 오는 캐슬링, 두 칸 나온 폰을 바로 옆 폰이 지나가며 잡는 앙파상, 둘 수 있는 수가 하나도 없는데 체크도 아닌 스테일메이트(무승부) 같은 것들이에요.
먼저 두는 쪽이 유리할까
세 게임 모두 먼저 두는 쪽이 정해져 있어요. 체스는 백, 샹치는 대체로 빨간 쪽, 장기는 초가 먼저 둬요. 한 수 먼저 두면 유리할까요? 체스에서는 사람끼리 둔 대국 기록을 모아 보면 백이 흑보다 조금 더 많이 이긴다는 통계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어요. 장기의 덤 1.5점도 먼저 두는 쪽과 나중 두는 쪽의 균형을 맞추려는 규칙으로 볼 수 있어요.
이 사이트의 컴퓨터끼리 같은 단계로 여러 판을 둬서 확인해 봤어요. 아래는 사람의 대국이 아니라 사이트 컴퓨터끼리 둔 결과예요.
- 체스 6단계끼리 100판: 백 44승, 흑 33승, 무승부 23판이에요. 무승부 가운데 2판은 양쪽 합쳐 300수가 넘도록 끝나지 않아 세기를 멈춘 판이에요.
- 장기 6단계끼리 100판: 초 49승, 한 51승이에요. 한 판은 양쪽 합쳐 평균 159수 만에 끝났어요.
체스는 백이 조금 더 많이 이겨서 사람 대국 통계와 방향은 같았어요. 다만 100판에서 이 정도 차이는 우연으로도 충분히 나올 수 있어서, 컴퓨터끼리도 백이 유리하다고 말할 만한 근거는 못 돼요. 장기는 초와 한이 거의 반반이었어요. 이 사이트의 장기는 빅장에서도 계속 두고 200수가 지나면 덤을 더한 점수로 가리기 때문에 무승부가 거의 나오지 않아요. 두 쪽이 연달아 한수쉼을 할 때만 비겨요.
하나 덧붙이면, 장기를 셀 때는 계산을 단순하게 하려고 양쪽 상차림을 모두 '마상상마'로 고정했어요. 실제로 사이트에서 둘 때는 컴퓨터가 상차림을 무작위로 골라서, 판마다 조건이 조금씩 달라요.
한 게임을 알면 다른 게임도 반은 익힌 셈이에요
세 게임은 말의 걸음이 조금씩 다르지만, 상대 왕을 몰아 더 이상 피할 곳이 없게 만드는 목표는 같아요. 장기의 "장군!"과 체스의 "체크!", 장기의 외통과 체스의 체크메이트는 같은 뜻이에요.
그래서 장기를 둘 줄 알면 체스의 룩·나이트·폰은 금방 익숙해지고, 비숍과 퀸, 캐슬링 같은 규칙만 새로 익히면 돼요. 반대로 체스를 둘 줄 안다면 교차점에 두는 판, 궁성, 포, 마·상의 멱, 한수쉼과 빅장을 새로 익혀야 해요. 걸음이 비슷한 말이 많으니 처음부터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빨라요.
이 사이트에서는 장기와 체스를 컴퓨터 상대 1단계부터 둘 수 있어요. 1·2단계는 실수가 잦은 상대라서 규칙을 익히며 두기에 좋아요. 짧게 머리를 쓰고 싶다면 장기 외통과 체스 메이트 문제가 날마다 나오는 오늘의 문제도 풀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