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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한자 뜻과 읽는 법 이야기
일본은 가깝고 자주 가는 여행지지만, 막상 이름표나 메뉴판에서 사람 이름 한자를 보면 "이걸 어떻게 읽지?" 싶을 때가 많아요. 사실 일본 사람들끼리도 처음 보는 이름 한자는 못 읽는 경우가 흔하다고 해요. 왜 그런지, 이름에 어떤 뜻을 담는지 하나씩 풀어볼게요.
성이 먼저, 이름은 나중이에요
일본 이름도 한국처럼 성(묘지, 苗字)을 먼저 쓰고 이름(나마에, 名前)을 뒤에 써요. 예전에는 영어로 쓸 때 서양식으로 '이름-성' 순서로 뒤집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2019년 일본 정부가 외국 언론에 "성을 먼저 써달라"고 요청했고, 2020년 1월부터는 공문서에서 성을 먼저 쓰는 방식을 공식으로 삼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영어 뉴스에서도 일본 사람 이름을 'Abe Shinzo'(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성부터 쓰는 경우를 볼 수 있어요.
같은 한자인데 왜 읽는 법이 여러 개일까요
일본 한자가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읽는 법이 기본적으로 두 갈래이기 때문이에요. 한자가 중국에서 건너올 때의 소리를 따라 읽는 '음독(온요미)'과, 한자의 뜻에 해당하는 원래 일본어 단어로 읽는 '훈독(쿤요미)'이 둘 다 쓰여요.
예를 들어 '볕 양(陽)' 자는 음독으로 '요', 훈독으로는 해를 뜻하는 '히'라고 읽어요. 같은 글자라도 어느 단어에 쓰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거예요.
이름에서만 쓰는 비밀 읽기, 나노리
여기에 이름에서만 등장하는 세 번째 읽기, '나노리'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이름 읽기는 한층 복잡해져요. 나노리는 음독·훈독과는 다른, 이름을 지을 때만 관습적으로 써온 특별한 읽기예요.
사이트의 '여행가면 내 이름은?' 일본 이름 데이터에 있는 '陽翔(하루토)'가 좋은 예예요. '陽'는 보통 '요' 또는 '히'로 읽지만 이름에서는 '하루'로, '날 상(翔)' 자는 보통 '쇼' 또는 '카케루'로 읽지만 이름에서는 '토'로 읽어요. 둘 다 나노리 읽기를 쓴 거예요. '송골매 준(隼) + 사람 인(人)'을 쓰는 '隼人(하야토)'도 마찬가지로, '人'을 흔한 '히토·진' 대신 '토'로 읽는 나노리가 쓰였어요.
이렇게 이름 한자 읽기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2025년 5월부터는 개정된 호적법에 따라 이름의 읽는 법(후리가나)을 가타카나로 함께 등록하도록 바뀌었어요. 행정 서류를 다룰 때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헷갈리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예요.
끝 글자에 담긴 유행 이야기, '코(子)'의 흥망성쇠
일본 여자 이름에는 끝에 '아들 자(子)'를 붙여 '코'로 읽는 이름이 오랫동안 유행했어요.
다이쇼·쇼와 시대를 거치며 크게 늘어나, 1930~40년대에는 여자아이 인기 이름 상위 10위가 거의 모두 '코'로 끝났을 정도예요. 하지만 1985년 이후로는 상위권에서 거의 사라졌어요.
요즘은 끝 글자가 훨씬 다양해졌어요. 데이터에 있는 이름으로 보면 '莉子(리코, 말리 리+아들 자)'처럼 전통적인 '코'로 끝나는 이름도 있지만, '結菜(유나)'나 '陽菜(히나)'처럼 '나물 채(菜)'로 끝나거나 '美咲(미사키)'처럼 '필 소(咲)'로 끝나는 이름이 더 흔해졌어요. 남자 이름도 '翔太(쇼타)', '蒼太(소타)'처럼 '클 태(太)'로, '悠斗(유토)', '海斗(카이토)'처럼 '북두 두(斗)'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 한자나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일본은 이름에 쓸 수 있는 한자를 법으로 정해 놓았어요. 일상에서 흔히 쓰는 '상용한자' 외에, 이름에만 추가로 허용된 '진메이요칸지(인명용 한자)'라는 목록이 따로 있고, 지금은 860자 넘게 올라 있어요. 1951년에 92자로 시작해, 2004년에는 삿포로 고등법원 판결 등을 계기로 488자가 한꺼번에 추가됐어요. 이 목록과 히라가나·가타카나 외의 글자는 아이 이름에 올릴 수 없어요.
반대로 한자 없이 히라가나만으로 이름을 짓는 것도 합법이에요. 부르기 쉽고 뜻이 직관적으로 와닿아서 선택하는 부모도 있어요. 가타카나 이름은 흔하지는 않지만 역시 가능해요.
2025년 인기 이름과 한국 이름과 다른 점
일본 보험사 메이지야스다생명이 자사 보험 가입자의 자녀를 대상으로 매년 발표하는 신생아 이름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태어난 아이들 중 가장 인기 있던 이름은 한자 기준으로 남자아이 '湊(미나토)', 여자아이 '翠(스이)'였어요. 둘 다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이름이고, 읽는 법 기준으로는 남자아이 '하루토', 여자아이 '에마'가 1위였어요.
한국 이름은 한글 소리와 한자 뜻이 거의 1:1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같은 한자라도 음독·훈독·나노리 중 어떤 읽기를 고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름이 돼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한자보다 부르고 싶은 '소리'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한자를 나중에 골라 붙이는 경우도 있어요.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긴 역사와 규칙이 숨어 있다는 게 흥미롭죠. 재미로봄의 '여행가면 내 이름은?'에서는 일본 감성을 담은 이름을 한자 뜻과 함께 받아볼 수 있으니, 일본 여행 전에 한 번 구경해 보세요.